역사 / / 2023. 1. 25. 13:52

한국의 일본 식민지시대 이후의 혼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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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문화의 변화와 예식장의 등장

이른바 신식 결혼식은 개항(외국과 국교를 맺고 통상적인 관계를 갖는 일) 이후 서구의 종교와 새로운 시대사조가 들어오면서 나타나게 되었다. 복장과 행동, 제도들이 신식이라는 이름 아래 서영의 형태를 모델로 따라가게 되었을 때 나타났다. 특히 개신교와 천주교의 전파가 배경을 이루고 주로 식자층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신식, 즉 보다 발달된 문물의 의례방식이라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당시의 신식 결혼식과 예배당 결혼을 통칭 사회식 결혼이라 불렀다. 기독교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 중에도 1931년 개화사회운동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교회나 절만으로는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사회식 결혼을 치르기 위해 예식장이라는 것이 새로 생기게 되었다. 당시 서울에는 김구 예식주, 만화당 예식부 등이 있었다. 이에 따라 혼례장소를 세 내주는 가게도 생기고 신부화장을 전문으로 하는 미장원도 생기게 되었다. 1930년대에는 의식 중에 예물로 신부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절차가 덧붙여진다.

그리하여 1920~1930년대에 당시 서울을 중심으로 신식 결혼식이 서서히 확대되어 나갔으나 실제로 과도기적인 양상을 나타내었다. 새 시대를 존중한다고 신식 결혼식을 하고 애착을 가진 구식을 버리기가 섭섭해서 구식혼례를 다시 한번 치른다. 신식 예식장에서 과자 한 상자씩 내빈에게 나누어준 후에 구식으로 잔치를 또 한 번 하고 신식으로 신혼여행을 마친 후 구식으로 신행, 근친하는 등 시간과 돈을 이중으로 지출하는 예가 많았다.

한국의 잔치 문화와 일본식 피로연

오늘날 결혼식에서 행해지는 피로연으로 답례품의 연원은 일제 식민지시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혼례순서는 혼약, 결납(마음을 나누는 행위), 입장식, 피로의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일본의 혼례는 양가의 가까운 친척 몇 명과 중매인만이 모여 신관(신을 받들어 모시는 사람)의 주도 아래 비공개의 종교의례로 혼례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친구, 친지들에게 공인받는 과정인 피로라는 절차가 별도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본래 혼례식 자체가 모든 사람이 참여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뒤이어 잔치가 벌어질 뿐이다. 일본의 피로와 우리나라의 잔치는 의례절차에서의 의미와 맥락이 다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부터 잔치를 피로연이라고 부르게 되면서 오늘날에는 마치 우리의 말인 양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식 피로연은 우리나라의 잔치문화와 어우러져 오늘날의 음식점 피로연이나 호텔 디너의 호화결혼식으로 탈바꿈되었다고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본래 여가에서 벌이는 잔치가 곧 혼례의례를 의미했던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잔치의 중요성이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잔치한다는 말과 함께 혼례를 치르는 집을 잔칫집 간다고 할 만큼 혼례는 곧 잔치라는 것을 의미하였다. 또한 혼례의 혈연은 물론 지연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적 의식을 강화시키는 기능을 했던 것이 바로 우리나라 고유의 잔치인데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우리 고유의 잔치 대신 피로연이라는 일본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가정의례준칙도 일제강점기의 산물

일본 통치기간을 통하여 혼례 변천사에 중요한 사건은 1934년 조선 총독부가 발표한 관 주도의 일방적인 의례준칙의 발표이다. 의례준칙 세부사항에서 혼례장소로서 신부가 이외에 신사(일본 전통적인 사당)와 사원 또는 교회당을 제시하였고 혼례복 또한 조선복 이외에 일본식의 화복이나 양복을 제안하였다. 이때 이미 혼례는 도시의 경우 신식 혼례가 확산되기 시작하여 전통 혼례의 형식에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당시 의례준칙의 공포는 농촌의 생활개선과 근대적인 생활합리화를 이데올로기 주입의 한 방편이었다고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우리의 혼례를 고쳐야 한다는 취지를 표방하여 유교적이고 주자가례적인 예의기준을 적용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나라의 고유성을 일방적으로 부정하고 배척한 것이고 철저히 일본 근대화론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실제내용은 우리나라 민속의 고유성과 지방별 특성을 말살시키려는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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